썰
파혼한 친구 위로했는데 왜 자꾸 이상한 감정이 드는지
지인이 결혼 두달 앞에서 파혼했다는 얘길 들었어.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니 신랑이 상견례 이후로 계속 요구사항을 던져대고 부모 의견만 고집했다더라
둘이 잘 살면 되는 거 아니냐고 친구가 여러 번 말했대도 신랑은 가족 뜻을 자꾸 앞세웠고 결국 파혼까지 가게 된 거지
위로해주려고 겉으로는 걱정한다는 티를 냈는데 솔직한 내 마음은 딴 데 가 있었어. 내 남편이 내한테 했던 "우리 둘이 정한 것만 하면 된다"는 말이 자꾸만 떠올랐거든
그래서 자세하게 물어보게 되더라고. 신랑 집이 원래 그런 분위기였는지, 신랑이 원래 부모 말 잘 듣는 애였는지, 예단이나 주택 문제로도 싸웠는지 이런 식으로 캐내기 시작했지
친구는 힘들면서도 다 대답해줬는데 내 기분은 점점 나아지는 게 느껴졌어. 내 결혼생활이 얼마나 괜찮은지 확인되는 그런 기분이었어
친구가 눈물까지 흘리는데 나는 마음 한구석이 놓이는 쪽으로만 자꾸 움직였어
집에 와서 남편한테 그 얘기 했더니 남편도 "우리는 저런거 없어서 정말 다행이네"라고 웃으면서 말하는데 내가 그 말에 맞장구치는 모습이 뭔가 좀 불편하게 느껴졌어
친구를 만날 때는 "힘내, 다음엔 좋은 사람 또 만날 거야"라고 위로했지만 가는 길내내 나는 우리 부부는 저런 일이 안 일어나서 정말 행운이라는 생각만 계속 들었어
친구는 지금 파혼 정리하느라 예단 취소, 스드메 취소로 바쁠 텐데 나는 그걸 알면서도 내 상황이 나은 것만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집에서 되돌아보니 진심으로 친구를 걱정한 건지, 아니면 내 처지가 더 낫다는 걸 확인하고 싶었던 건지 헷갈려
친구한테는 이런 마음 절대 들키지 않게 했는데 다음에 또 만나면 또 이것저것 캐물으면서 내 심리를 만족시킬 것 같아서 벌써 불안해
이게 사람의 본성인 건지, 아니면 내가 이상한 건지 모르겠는데 자꾸만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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