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
20년 친구 축의금으로 싸우는 내가 제일 웃기네ㅋㅋ
고등학교부터 20년을 붙어다닌 친구가 있다. 작년 봄에 내가 결혼했는데 친구가 축의금을 했고, 지난주에 둘째 돌잔치 초대장이 날아왔다. 당연히 가려고 했다. 선물도 고르고, 봉투도 준비했다.
문제는 남편이 엑셀로 정리해둔 축의금 장부였다. 그 친구 이름을 검색해보니 5만원이네ㅋㅋ
내가 그 친구 첫째 돌 때 10만원을 했고, 결혼식 때는 15만원을 넣었는데. 그때는 내가 미혼이었고, 회사도 방금 옮겨서 월급도 제대로 못 받을 때였는데 말이다. 그래도 제일 친한 친구니까 했는데.
한참을 그냥 멍하니 있었다. 친구가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작년에 아파트로도 이사 갔고, 차도 새로 사고, 지난달엔 가족이랑 제주도에서 한 달 산다고 단톡에 사진 수십 장씩 올렸거든. 그 사진들 볼 때는 그냥 '오, 잘됐네' 했는데, 장부 보고 나니까 다르게 보이더라. 친구는 못 해서 5만원을 한 게 아니라, 나를 그 정도의 사람으로 본 거구나 싶었다.
남편한테 말했더니 '그냥 우리 하고 싶은 만큼 해'라고 하네. 근데 그 말을 들으니까 더 상했다. 남편 눈에도 내가 손해 보는 쪽으로 보인다는 뜻이 아닌가 싶어서.
다른 친구한테 슬쩍 물어봤다. 그 친구도 5만원 받았대. '그냥 그 친구가 원래 다 그렇게 하는 친구라고 생각했어'라면서. 그 말 들으니까 뭐, 내가만 당한 건 아니구나 싶기도 하고.
결국 나도 5만원을 넣었다. 넣으면서 손이 진짜 부끄러웠다. 20년을 함께했는데 장부를 펴서 숫자를 맞추고 있는 내 모습이 얼마나 한심한지. 돌잔치에서 친구가 반갑게 안아주는데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친구는 아무것도 모르고 사진 찍자고 했지만, 내 속으로는 계산만 하고 있었거든.
지하철에서 장부 파일을 지울까 했다가 그냥 닫았다. 앞으로도 또 펼쳐볼 것 같아서다.
어렸을 땐 '사람을 돈으로 재면 안 된다'고 외치던 나. 지금 가장 정확하게 돈으로 재고 있는 게 바로 나였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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