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
나는 계속 가계부를 쓰는 이유
고등학교 때부터 가계부를 계속 써왔는데 이제는 습관이 돼버렸어. 뭘 사든 밥을 먹든 여행을 가든 거의 다 기록해둬. 근데 돈을 절약하려고 쓰는 건 아니야. 오히려 내가 어디에 얼마를 쓰는지, 왜 이 달에 지출이 많은지를 정확히 아는 게 심리적으로 편하더라고. 지출이 많은 달이라도 가계부를 보면 여행을 했으니까, 옷을 샀으니까, 사람을 많이 만나서 밥을 먹었으니까, 좋아하는 사람한테 돈을 썼으니까 다 이유가 있다는 게 보여. 그러면 '어? 내가 왜 이렇게 많이 썼지?' 하는 불안감이 없어져. 특히 사람한테 돈을 쓴 거면 혼자 생각할 때 '아, 내가 더 많이 쓴 건가?' 싶을 수 있는데 가계부에 다 적혀있으니까 실제로 얼마를 썼는지 알 수 있어. 그리고 당시에 좋아서, 해주고 싶어서 쓴 돈이라는 게 눈에 띄니까 아깝지도 않더라. 내 소비가 뭔지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가계부는 나한테 돈을 아끼는 수단이 아니라 내 소비에 대한 이해와 납득의 기록이야. 그래서 가계부를 아예 안 쓰는 사람들이 신기하더라고. 나는 안 쓰면 오히려 답답할 것 같은데. 혹시 다른 사람들은 통장 잔액이나 카드값만 봐도 괜찮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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