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
결혼 전에 둘이만 살자던 사람이 결혼하고 달라졌어요
사귀던 때 이 사람이 제일 좋았던 이유 중 하나가
결혼하면 우리 둘이서만 살자고 먼저 말해줬다는 거였어요
저도 원래부터 독립적인 환경을 원했고
그 부분만큼은 완전히 일치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심지어 제가 꺼내기 전에 남편쪽에서 먼저 한 말이라서
더 믿었어요
그 얘기를 한 게 사귄 지 1년쯤 됐을 때였어요
드라이브하다가 나중에 결혼하면 어디 살고 싶냐고
제가 물었더니
둘이서만 독립해서 살고 싶다 부모님 곁에 붙어 있으면 숨막힌다고 했어요
저도 완전 동의했고
결혼하면 둘이서 새로 시작하는 거 맞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게 저한테 이 사람이랑 결혼해도 되겠다고 생각한 이유 중 하나였어요
근데 결혼하고 6개월쯤 지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그냥 부모님 걱정하는 말이 늘었어요
아버지 무릎이 안 좋아지셨다거나
어머니가 요즘 무기력해보인다거나
그런 말들이요
저도 걱정했고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같이 얘기했어요
근데 어느 날 밥 먹다가 남편이
우리 쪽으로 모시는 건 어떻게 생각해요 라고 했어요
저는 순간 말문이 막혔어요
나: 잠깐 우리 결혼 전에 둘이만 살자고 했잖아요
남편: 그때랑 상황이 달라진 거지
나: 달라진 게 뭔데요
남편: 부모님이 연세가 있잖아요
저는 그게 이해가 안됐어요
결혼 전에도 부모님이 연세가 있으신 건 같았거든요
그때 말할 때는 당분간 같이 살 일 없을 것 같다고 했잖아요
제가 싫다고 한 게 아니에요
다만 우리가 합의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거잖아요
그 부분을 얘기한 거였는데
남편이 그러더라고요
부모님을 싫어하는 거냐고
그게 아니라고 했어요
부모님이 싫은 게 아니라 약속이 바뀌는 게 불안한 거라고
근데 남편은 제가 부모님을 싫어한다고 프레임을 잡더라고요
그 이후로 며칠째 얘기를 못 하고 있어요
저도 이 사안이 뭔지 정리가 안 되고
남편도 자기 생각이 굳어진 것 같고
제가 이기적인 건지 모르겠어요
결혼 전 합의한 걸 지켜달라고 하는 게
그렇게 무리한 요구인건지
아니면 상황이 바뀌면 그 합의도 당연히 바뀌는 건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화를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지금 진짜 너무 우울해요
결혼한 지 이제 겨우 반년인데
이렇게 큰 이슈가 생길 줄은 몰랐어요
첫 번째 균열이 이거라는 게 좀 무섭기도 하고요
합의란 게 결혼하면 그냥 없어지는 건지 진짜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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