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
가사노동을 시급으로 따지면 월급이 얼마나 될까?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번 계산해봤는데 진짜 충격이었다.
직업 특성상 숫자로 따지는 습관이 생겼는데, 호기심에서 시작한 계산이 멈출 수가 없었음.
먼저 정서적 역할부터 생각해봤다.
남편이 직장 다니고 와서 풀어놓는 하소연, 고민 들어주고 스트레스 해소시켜주는 게 사실 가장 피곤한데 가장 눈에 띄지 않음.
상담가 수준의 정신노동을 매일 무료로 제공하는 셈이라고 봐도 과하지 않음.
월급으로 환산하면 이건 거의 산정이 불가능한 수준.
집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도 엄청난 비용이다.
일주일에 세 번, 한 번에 거의 두 시간씩 들어감.
시세를 대행업체 기준으로 맞춰보면 월 이십만 원을 넘긴다.
화장실, 창문, 베란다까지 추가로 하면 더 올라감.
한 번 해도 바로 더러워지는 악순환인 거임.
주방 업무와 정리에 하루 최소 백오십 분 이상 쓰인다.
두 끼를 준비하고 정리하고, 거기에 장보기, 재료 선별이 추가됨.
조리 대행이나 가사 서비스 기준으로 월 삼십만 원 이상이 나온다.
이건 정말 끝나지 않는 구조라서 쉬는 날이 없음.
아이 관련 보조업무들.
준비물 챙기기, 알림장 체크, 물품 구매, 픽업 조율 등.
시간도 크지만 정신적 에너지 소모가 훨씬 크다.
한 달 기준으로 이십만 원 이상의 돌봄 노동에 해당.
소비재 재고 관리도 생각보다 일이 많다.
세정제, 화장지, 샴푸, 주방 소모품이 떨어지기 전에 항상 있어야 한다.
자동으로 채워지는 줄 아는 사람들 많은데, 실은 한 명이 계속 챙기는 거.
내가 그 담당자.
언제 뭐가 떨어질지 항상 머릿속으로 계산하는 인지 작업이 이미 노동이다.
가족의 모든 스케줄을 관리한다.
명절, 생일, 의료 예약, 학교 행사 같은 거.
이것도 내 머릿속에만 있고, 다른 사람들은 알림이 와야 안다.
일정 관리가 이렇게 힘든 줄 아는 사람 몇이나 될까.
이 모든 걸 합산하면 한 달에 수백만 원대의 무급 작업을 하고 있었다.
문제는 눈에 안 띄는 게 아니다.
보려고 하지 않는 눈에는 그게 당연한 거처럼 보일 뿐이다.
이 계산 결과를 남편에게 보여줬을 때 처음엔 웃음이 나왔다고 했다.
근데 숫자라는 게 신기하게 반박을 못 하게 만든다.
그 이후로 뭔가 조금씩 달라졌다.
더 이상 집안일이 티가 안 난다는 말은 안 한다.
가사 작업에 대해 보수를 받아야 한다는 게 아니다.
다만 그 일의 무게감을 제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거다.
가정 내 무급 노동이 당연한 이 현실이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비슷한 생각 해본 사람 있으면 얘기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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