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
시어머니 밀키트 잔소리 몇 년째 듣는 중
결혼하고 처음 몇 년은 저도 일을 했어요
남편이 교대 근무라 서로 시간이 안 맞고 퇴근하면 둘 다 지쳐서 집에서 뭔가를 해먹을 여유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배달이나 밀키트를 자주 시켜 먹게 됐는데 솔직히 그게 나쁜 선택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
문제는 시어머니가 우리 집에 오실 때마다 꼭 냉장고를 한번 열어 보신다는 거예요
처음 방문하셨을 때 밀키트 몇 개 있던 거 보시더니 이게 뭐야 맨날 이런 거 시켜 먹어 하셨어요
그때는 그냥 첫 방문이라 한 번 하는 말이겠지 싶었어요
근데 오실 때마다 냉장고 체크는 기본이고 한마디씩 꼭 나왔어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집에서 밥을 안 해먹나 봐
그러니까 기운이 없지 집밥을 먹어야 몸이 버티는 거야
나 젊을 때는 아무리 바빠도 밥은 직접 했어 김치도 직접 담갔고
저도 그 말을 들을수록 신경이 쓰여서 처음에는 직접 요리를 더 해보려고 노력을 했어요
퇴근하고 지쳐도 밥은 해보려고 했는데 솔직히 한 달도 못 가서 포기했어요 몸이 버텨주질 않더라고요
제가 제일 힘들었던 건 작년 추석이었어요
명절이라고 시어머니가 며칠 계셨는데 그때 냉장고에 밀키트 두 봉지가 있었거든요 급하게 쓰려고 사 뒀던 건데
그걸 보시더니 시아버지한테도 이 집은 밀키트만 먹는다고 하시는 거예요
남편이 있는 자리에서 들은 말이라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못했고 얼굴이 화끈거렸어요
지금은 제가 일을 쉬고 있어서 시간이 생겼고 실제로 집에서 밥도 훨씬 많이 해먹어요
근데 그래도 오실 때마다 냉장고 확인은 변함없이 하시고 밀키트 하나라도 남아있으면 아직도 이런 거 사 놓네 직접 해먹어야지 이 말이 기어이 나와요
이제 솔직히 말하면 시어머니 방문 날짜가 다가오면 냉장고 안을 미리 한번 점검하게 돼요
밀키트 있으면 어디다 숨겨두거나 버릴까 생각하게 되는데 이게 제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건가 싶더라고요
남편한테 얘기했더니 우리 엄마 원래 그런 분이야 그냥 흘려들어 하고 끝이에요
근데 저는 이게 이미 몇 년째 쌓인 말이라 흘려들을 수가 없어요 한두 번 들은 게 아니거든요 횟수가 쌓이니까 그 말이 들릴 때마다 위가 살짝 뒤집히는 느낌이 나요
시어머니가 나쁜 분은 아니에요 진짜로요 그냥 자기 방식이 맞다는 확신이 굉장히 강한 분이에요
근데 그 확신이 매번 우리 냉장고를 향하는 게 문제인 거죠
집밥을 못 해주는 며느리라는 인식이 이미 박혀 있는 건지 지금은 밥도 잘 해먹는데 그게 보이지 않는 느낌이에요
밀키트 먹는 게 그렇게 잘못된 건가요
비슷한 잔소리 몇 년째 들으시는 분 있으면 어떻게 넘기고 계신지 좀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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