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
고3 수능 앞두고 시어머니 자고 가는 거 거절했다가...
점심시간에 휴게실에서 식사하면서 일을 씁니다.
저희 어머님이 30분 거리에 사세요. 원래 한 달에 한두 번 찾아오셨는데, 작년에 시아버님이 떠나신 이후로는 거의 매주 오시네요. 혼자라서 심심하신 거 이해하니까 식사 차려드리고 과일도 깎아드렸어요.
그런데 몇 개월 전부터 자고 가겠다고 계속 말씀하세요. 우리 집은 방이 두 개거든요. 하나는 저랑 남편 방이고, 하나는 고3인 아들 방인데요. 어머니가 자면 아들이 거실에서 있어야 돼요. 수능을 앞두고 있는데 말이죠.
처음엔 그렇게 했어요. 그런데 아이가 새벽까지 공부하다가 거실에서 잠을 자다 보니 숙면을 못 취해서 아침에 코피가 나더라고요. 지난주에 어머니가 자고 가겠다고 하셨을 때 조심스럽게 말씀드렸어요. 아들 수능이 끝날 때까지만 자고 오는 걸 조금 미뤄주실 수 없을까 하고요. 대신 제가 자주 뵐게 말고요.
어머니 얼굴이 확 변하더니 말씀도 없으시고 짐을 챙겨서 가셨어요. 그 날 밤에 남편 누나가 전화를 했어요. 어머니를 내쫓냐고, 싸가지가 없다고 말이에요. 저는 내쫓은 게 아니라 부탁드린 거라고 했는데 대화가 안 되더라고요. 형님이 전화를 끝내기 전에 "너도 늙어봐, 니 며느리가 넌 똑같이 내쫓을 거다"라고 하셨어요. 그 말 듣고 전화를 끊고 한참을 부엌에만 서 있었어요.
남편은 중간에서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머니한테 서운해하지 말라고만 하고, 누나한테는 제 편을 안 들어줬어요. 나중에 둘이 있을 때 물어봤더니 당신 말도 맞지만 어머니가 불쌍하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어머니가 불쌍한 거 알아요. 제 친정어머니도 혼자 계시거든요. 그런데 우리 엄마는 우리 집 오셔도 저녁만 드시고 꼭 가세요. 아이 공부 방해된다고요. 그래서 자꾸 비교가 되는 것도 있어요. 비교하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요.
이번 주말에 어머니 댁에 반찬을 가지고 갔는데 문을 안 열어주셨어요. 현관에 반찬을 두고 카톡을 드렸는데 읽으시고도 답이 없으세요. 버스 타고 오는 길에 창문을 통해 괜히 눈물이 나더라고요. 얼굴이 화끈거렸어요.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 계속 생각해봐요. 분명히 수능 끝나면 맘껏 자고 가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는데, 그 말은 아무도 기억을 안 하고 우리 집만 싸가지 없는 며느리로 남았네요. 오늘 퇴근해서 또 어머님 댁에 들를 생각이에요. 문을 열어주실지는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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