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
남편이 반대부터 함
남편이 내가 뭔가 말하려고 하면 일단 반대부터 나오는 게 패턴이 됐어요.
별거 아닌 것처럼 적었는데 막상 정리해보니까 진짜 매번 이래요.
저번 주에 헬스 다닐까 하고 말 꺼냈더니
"거기 등록비 얼마야"
"모르는데 그냥 알아보려고"
"어차피 금방 그만둬. 저번에도 그랬잖아"
PT 두 달 하다가 그만뒀던 게 아직도 소환돼요. 그게 이제 어차피 금방 그만두는 사람으로 굳어진 거예요. 그래서 "그럼 안 할게" 하고 접었는데 그러면 또 "하기 싫으면 하지 마"가 나와요. 결국 내가 말 꺼낸 것도 이상하고 접은 것도 이상한 사람이 돼요.
어제는 또 오래된 친구한테 연락 좀 해야겠다 싶어서 얘기했더니
"갑자기 왜"
"갑자기가 아니라 그냥 오래 못 봤으니까"
"어차피 만나봤자 얼마나 자주 보겠어"
어차피가 하루에 두 번이에요. 아직 만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만남의 가치를 미리 깎아버리는 거예요.
남편이 직접 하지 말라는 말은 안 해요. 그냥 이렇게 반응이 매번 이쪽에서 나오니까 저도 모르게 뭔가 말하기가 싫어진 거예요.
요즘은 뭔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도 그냥 혼자 삼켜요. 말해봤자 어차피 저런 말 들을 거라서. 아니면 "그게 지금 필요해?" 이런 게 돌아오니까.
남편은 자기가 그런다는 걸 아마 모를 것 같아요. 현실적인 말을 해준다고 생각하겠죠. 근데 저는 현실 체크가 필요한 게 아니라 그냥 "해봐" 이 두 글자가 필요했던 건데.
그리고 이게 쌓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좋은 일이 생겨도 남편한테 먼저 말하고 싶다는 생각이 잘 안 들어요. 어차피 저런 반응이 돌아올 것 같으니까. 좋은 소식도 혼자 끌어안고 있는 게 더 편해진 거예요.
요즘은 말하기 전에 한 번 생각을 먼저 해요.
이거 말했을 때 저 반응이 나오면 어떻게 받아치지 계산을 하고 말을 꺼내는 거예요.
그게 대화인지 모르겠어요.
연애할 때는 맞장구를 치는 사람이었는데 결혼하고 나서부터 이렇게 된 건지
원래 이런 사람인데 연애 때만 달랐던 건지도 모르겠고
어쩔 땐 이 사람한테 무슨 기대를 했나 싶기도 하고
어쩔 땐 이런 거 하나 못 참는 내가 예민한 건가 싶기도 하고
집에서 말이 많이 줄었어요. 이게 그냥 성격 차이인 건지 아니면 뭔가 잘못된 건지 판단이 안 돼서요.
결혼 전에는 이런 대화를 해본 적이 없었어요
연애할 때는 맞장구를 쳐주는 사람이었는데 결혼하고 나서부터 이렇게 됐는지 원래 이런 사람인데 연애 때만 달랐던 건지
어쩔 땐 이 사람한테 무슨 기대를 한 건가 싶기도 하고 어쩔 땐 이런 거 하나 못 참는 내가 예민한 건가 싶기도 하고
결혼이라는 게 이렇게 말이 줄어드는 과정인 건지 모르겠어요
뭔가 잘못된 건지 아닌 건지 판단이 안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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