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
회사 돌아가는 게 너무 어이없어요
원래는 수도권 소재 중견기업에서 일하다가 남편이 지방으로 이직하게 돼서 저도 따라서 지방 중소기업으로 이직했어요
남편한테 온 제안이 너무 좋은 기회여서 무조건 승낙해야만 했는데 저는 딱히 일 욕심도 없고 해서 주말부부로 지내느니 제가 직장을 포기하고 같이 내려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거든요
이전 회사에선 시도때도 없이 전화 받아야 하고 9시 출근 6시 퇴근이 지켜진 적이 한 손에 꼽을 정도라 힘들었는데 여긴 작은 회사라 그런지 퇴근하고 나면 일 생각을 안 해도 돼서 좋긴 했습니다
20년 넘게 영업한 회사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체계도 없고 허술했지만 제 방식에 터치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일하기는 훨씬 수월하기도 했구요
아무튼 10년 정도 거래해오던 인도 바이어가 있는데 원래는 몇천불 수준의 소량 오더만 하다가 이번에는 평소의 10배가 넘는 규모의 대량 오더를 했다고 해요
원래 하던 거랑 차이가 나도 너무 나서 사장님이 직접 출장까지 가서 계약서를 썼고 계약금을 30퍼센트 받고 잔금은 릴리즈 전에 받기로 했답니다
그런데 화물 도착 후 두 달이 넘도록 잔금 지급을 미루다가 최근에 엔드바이어가 자기네 일정이 급한데 왜 릴리즈를 안 해주냐며 연락했대요
엔드바이어와도 직거래하는 품목이 몇 있고 이 회사 창립 시기부터 거래하고 왕래하던 역사가 있어서 사정을 설명했는데 자기들이 잔금을 지급하겠다며 일단 릴리즈를 재촉했대요
그래서 그 말을 믿은 담당자가 급한 대로 서렌더 비엘을 보내서 물건을 넘겨줬는데 그 이후로 한 달이 지났는데 인도 바이어는 물론이고 엔드바이어도 서로에게 떠넘기기만 하면서 잔금 지급을 미루고 있어요
심지어 서류 담당자 말로는 회사가 작년 말부터 회생 절차 밟는 중이라 보험 가입도 못했대요
제가 입사한 타이밍이 서렌더 비엘 보내기 직전인데 인도 담당자가 따로 있고 사고를 친 것도 그 사람인데 사장님은 제가 출장을 가서 상황을 정리하길 원하고 있어요
전 인도 쪽이랑은 한 번도 일을 안 해봐서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잘 모르고 출장도 저 혼자 다녀오라는데 솔직히 인도가 여자 혼자서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올 만한 곳은 아니잖아요
회사가 회생 중인 것도 저는 이번에 사장님이랑 출장 얘기하면서 알았는데 대체 왜 채용 전에 얘기를 안 해줬고 무슨 생각으로 망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사람을 뽑은 건지 모르겠어요
사장님 말로는 인도 담당자는 조선족이라 미덥지 않아서 못 보내겠고 회생은 무조건 되는 거라 말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는데 이게 말인지 방귀인지..ㅋㅋㅋ
직장생활 10년차인데 중소기업은 여기가 처음이라 다른 데도 다 이런지 아니면 여기가 이상한 건지 모르겠고 너무 당황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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