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
추석 연휴를 운전기사로 보냈습니다
추석 연휴 마치고 회사 갔더니 몸이 더 쉬지도 못한 것처럼 피곤하더라. 처가 강원도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만 해도 몰랐는데 가보니까 진짜 막장이었어.
처음 계획은 첫날 우리 부모님, 그 다음부터 처가로 가서 쉬는 거였어. 그런데 일주일 전에 아내가 갑자기 처가 사람들이랑 여행을 간다고 통보를 해버렸어. 장인어른, 처형 가족, 처남 가족까지 11명이야.
우리 부모님 뵈러 가는 건 당일치기로 줄여야 했고 아버지가 얼굴을 흐렸지만 여행 날짜를 못 바꾼다고 하더라고.
여행 가니까 문제가 터졌어. 차를 끌고 다니려면 운전을 할 사람이 필요한데 처형은 운전을 안 하고 처남은 장거리가 무섭대. 결국 내가 9인승 렌터카를 끌고 가야 했어.
첫날은 명절 차 막히는 서울에서 속초까지 육시간을 훔쳤고 도착하니까 주차 자리를 삼십 분을 헤맸어. 그 다음 날은 절을 간다고 또 운전했고 셋째 날은 강릉 커피거리를 간다고 또 운전을 했어.
밤마다 다들 술을 벌컥벌컥 하는데 나는 다음날 운전 때문에 한 모금도 못 마셨어. 장인어른이 한잔 하라고 권하면 아내가 또 옆에서 이 사람 내일 운전해야 된다고 잔을 치워버렸지.
렌터카 비용이랑 기름값은 내 카드로 싹 긁었어. 반납할 때 뒷자리가 조카들 손에 흠뻑 젖어있었다면서 세차비 이만 원을 추가로 떼어갔고.
아내한테 처가랑 이 비용들을 나눠 내자고 조심스레 물었더니 '식구들이랑 뭘 따지냐'면서 끝내버렸어.
그런데 숙소비는 처형이가 톡방에 엔분의원 정산 계좌를 올렸어. 이게 뭔 이중잣대냐고 묻고 싶은데...
돌아오는 길이 칠시간이었고 뒷자리에서는 다들 코를 골면서 자고 있었어.
집 도착하니까 아내가 '고생했다'는 말을 한마디 던지고는 바로 처가 톡방에 여행 사진들을 올리면서 너무 좋았대. 다음엔 제주도 여행을 가자고 하더라.
근데 그 사진 보니까 나는 한 장도 없었어. 내가 다 찍어준 사진들인데.
어제 처형이가 카톡을 보냈어. '제부, 다음 제주도 때도 운전 부탁해요 ❤'
아직도 우리 아버지한테 안부 전화를 못 드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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