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
가계약금 5백 날렸어 ㅋㅋ
새벽인데 못 자겠어서 써. 결혼한지 19년, 고등학생 아들이 하나 있어. 지금 아파트가 너무 낡아서 이사 얘기는 몇 년 전부터 자주 나왔어. 남편은 금리 떨어지면 보자, 내년에 보자 이 말만 했고.
지난주 토요일에 친구따라 새 아파트 단지 매물을 봤어. 남향이고 거실 창이 진짜 통창이더라. 들어가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어. 이 나이에 처음 집 때문에 설렜다. 친구도 얼굴이 환해졌다고 할 정도. 부동산 사장이 이 값이면 오늘 못 잡으면 다시는 안 나온다고 했어.
남편한테 전화했는데 안 받았어. 그냥 비상금 5백을 가계약금으로 넣어버렸어.
저녁에 남편이 들어오자마자 사진을 보여줬어.
- 여보, 이번에 본 집 진짜 마음에 들어, 가계약 걸었어.
- 뭘 건 거야?
- 가계약금 5백을 냈어, 당신이 안 받으니까.
- 대출이 얼마인데 혼자 정해?
- 정한 게 아니고 먼저 잡아둔 거지, 본계약은 함께 하면 되잖아.
- 그게 정한 거네.
남편이 계산기를 두드렸어. 월 원리금이 70 정도 더 나온다고. 애 학원 하나 빼고 내가 일이라도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했어. 당신도 차 바꿀 때 나한테 물어봤잖아라고 했더니 그건 자기 할부라고 했어. 그것도 4천인데 이것도 5백인데 뭐가 달라냐고 했어. 결국 남편이 부동산에 전화해서 취소했어.
더 화난 건 그 다음이었어. 돈을 한 푼도 안 버는데 결정은 왜 혼자 해냐고. 아들도 옆에 있었어. 손이 떨렸어.
친정엄마는 그 동네 좋다고, 잘했다고 했어. 언니도 요즘 이 가격이면 무조건 잡아야 한다고 했어. 다들 좋다고 했는데 남편만 반대. 그 집이 남편 직장에는 더 가까워질텐데, 출퇴근을 30분은 줄일 텐데 생각도 안 하더라. 아들도 고3 되기 전에 방이 넓은 데로 가면 좋아할 거 같은데.
지금 남편은 작은 방에서 자고 있어. 나는 거실 소파에서 그 집 사진만 계속 넘겨본다.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사진. 볼수록 아깝다. 내일 아침이면 밥을 차려야겠지. 또 아무 일도 없었다는 척.





스팸 때문에 댓글을 잠시 닫아두었어요.
운영자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