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
우리 집 아닌데 음료수를 사?
또 쪽지야. 이번엔 오후 시간대 발소리라고. 근데 우리 둘 다 아침 9시에 나가서 저녁 7시에 들어와. 그 시간에 집엔 영혼도 없어. 아이도 없고 반려동물도 없고.
이게 처음도 아님. 2달 전엔 새벽 물 소리, 1달 전엔 저녁 9시 뭔가 끄는 소리. 미안해서 밤 12시 넘으면 참고 의자에 전부 펠트를 붙였어. 다이소 다녀와서. 그런데 또 쪽지? 관리사무소 전화했더니 아파트가 지은 지 오래돼서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모르겠대. 대화로 풀어라고.
남편은 "내려가서 죄송하다고 하고 음료수 사오겠다"고 함. 우리가 뭘 한 거라고 음료수를 사?
5년 결혼생활이 이렇더라. 뭐든 고개를 숙인다. 택배 잘못 와도 찾아오고, 밥 틀려 나와도 먹음. 처음엔 신사적이라 좋았는데, 살면서 느낀 건 그 착함의 책임은 다 내 몫이란 것.
결국 내가 쪽지를 붙였어. "우리 오후에 전부 출근하기 때문에 집에 아무도 없습니다. 다른 집이 아닐까 확인해주세요." 계단에서 발걸음이 멈췄어. 2달을 참고, 의자에 펠트를 붙이고, 한 게 뭐였나 싶어서.
저녁 9시쯤 초인종. 나가보니 아무도 없는데 내 쪽지가 반으로 접혀 붙어있었어. 뒷면의 한 줄이 그 모든 걸 정리했어. "CCTV가 없으면 증명을 할 수 없지 않겠어요?" 남편은 지금도 뭘 사갈지 폰으로 찾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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