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
부부 사이 비밀이 어디 있냐며 제 치부를 시어머니께 다 말하는 남편
결혼 3년 차 직장인입니다.
남편이랑은 정말 사이가 좋았어요.
다정한 사람이고, 제 의견 존중해 주고, 정말 사랑해서 결혼했습니다.
근데 살다 보니 남편의 '투명함'에 대한 집착이 생각보다 심하더라고요.
처음에는 그냥 단순한 배려인 줄 알았습니다.
제가 회사에서 스트레스받아서 힘들다고 툭 던진 말을
다음 날 시어머니가 전화로 "우리 며느리 회사에서 힘들다며? 내가 보약 지어줄게" 하시더군요.
그때만 해도 '아, 남편이 내 걱정을 많이 해서 어머니께 말씀드렸구나' 하고 좋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게 반복되더니 점점 수위가 높아집니다.
제가 생리통이 심해서 고생한다는 얘기, 요즘 살이 좀 찐 것 같아 우울하다는 얘기,
심지어는 남편의 어떤 습관이 조금 서운하다는 아주 사소한 불평까지
전부 시어머니 귀에 들어가 있더라고요.
시어머니는 그걸 근거로 저한테 '조언'을 하십니다.
"살 쪘으면 식단을 바꿔라", "남편이 서운하게 하면 네가 더 잘해줘라" 이런 식으로요.
제가 너무 당황스러워서 남편한테 진지하게 말했습니다.
"우리 둘만 알고 있어야 할 이야기가 있고, 가족이라도 지켜줘야 할 프라이버시가 있다.
내가 당신을 믿고 말하는 건데, 그걸 그대로 어머니께 전달하는 건 신뢰를 깨는 행동이다"라고요.
그랬더니 남편 반응이 정말 가관입니다.
"아니, 가족 사이에 무슨 비밀이 있어? 어머니는 인생 선배시니까 너한테 도움 될 조언을 해주실 수 있잖아.
내가 너를 사랑하니까, 너가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으니까 말씀드린 건데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굴어?"
결정적인 건 지난주였습니다.
제가 정말 힘들게 털어놨던, 과거의 개인적인 아픔과 트라우마가 있거든요.
남편 말고는 그 누구에게도, 심지어 친정엄마에게도 말하지 않은 상처였습니다.
그런데 시댁 식구들과 다 같이 저녁 식사를 하던 중에
시어머니가 갑자기 제 손을 잡으시더니 "그때 그런 일이 있었다며, 정말 고생 많았다. 이제는 다 잊고 행복해라" 하시더군요.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고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습니다.
식탁 밑으로 손이 떨려서 숟가락도 제대로 못 들겠더라고요.
남편은 옆에서 해맑게 "어머니가 다 이해하신대. 이제 마음 편하게 생각해도 돼"라고 말하는데
진심으로 소름이 돋았습니다.
저라는 사람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제 동의도 없이 타인(비록 시어머니일지라도)에게 전시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요.
남편은 여전히 제가 너무 폐쇄적이고, 가족의 유대를 거부하는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몰아세웁니다.
본인은 효자이고, 저를 위해 최선을 다해 '중재'를 한 것뿐이라고 하네요.
이제는 남편 앞에서 입을 떼는 게 무섭습니다.
제가 무슨 말을 하면 '아, 이건 내일 시어머니가 아시겠구나' 하는 생각부터 들어요.
집이라는 공간이 더 이상 안전한 안식처가 아니라, 모든 게 보고되는 감옥처럼 느껴집니다.
정말 제가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건가요? 아니면 남편이 선을 심하게 넘은 건가요?
가슴이 답답해서 잠도 안 오고 눈물만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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