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
제가 너무 예민한가요? 솔직한 답변 해주세요ㅠ
남친과 저는 왕복 7시간 거리의 장거리 커플이었습니다.
저희는 그렇게 개방적인 연애 스타일이 아니어서 주변 사람들은 저희가 연애하는지 잘 모르는 편인데요. 남친이 연애 사실이 널리 알려지는 걸 싫어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조금 더 개방적이어도 상관없다는 주의였지만, 남친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기꺼이 맞춰주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비밀연애를 하는 만큼, 이성 친구 관리는 각자 알아서 철저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저희에게 연인이 있는지 모르는 상태이니까요.
저는 이 부분이 당연히 우리가 책임져야 할 영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남사친들과의 연락을 자제했고, 심지어는 동성 친구들과도 연락을 줄일 정도로 오직 남친에게만 집중했습니다. 원래 저는 연애를 시작하면 그 사람에게만 올인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남친에게 "너도 나만 바라봐"라며 강요한 적은 절대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남친이 동갑내기 여사친과 DM(디엠)을 주고받는 모습을 옆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그 여사친은 저와도 어느 정도 친분이 있고 털털한 성격이라 남사친들과 두루 잘 어울리는 편입니다. 그래서 그 언니에게 악감정이 있는 건 아닙니다. 다만 저는 제 남친에게 서운했습니다. 비밀연애 중인데도 이성 관계를 조심하지 않는 것 같았고, 심지어 이성 친구와 연락하는 걸 아무런 문제로 생각하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 반응해서 '나만 혼자 신경 쓰고 애쓰나' 하는 생각에 속상했습니다. 이 일은 제가 잘 아는 언니이기도 하고, 제가 너무 예민한가 싶어 그냥 넘어갔습니다.
그러다 남친의 입대일이 어제(13일)로 다가왔습니다.
입대 전에 한 번이라도 더 시간을 내어 만나러 가는 게 제 목표였기에, 남친이 사는 지역까지 내려가서 놀았습니다. 당시 제 일정이 빡빡해서 당일치기로 다녀와야 했는데, 최대한 남친이 힘들지 않게 하려고 제가 직접 내려간 것이었습니다. 이후 7월 3~4일쯤 혹시나 한 번 더 시간을 내볼까 고민하던 중, 남친이 제 연락을 늦게 확인하더군요. 저는 일정이 늘 차 있는 편이라 미리 계획을 세워둬야 하는데, 남친은 못 만날 것처럼 이야기하더니 갑자기 5일 저녁에 한 번 더 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습니다.
중요한 일들이 많았지만 계획을 억지로 쪼개고 짜내어 화·수·금·토요일 중에 겨우 시간을 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계획을 세우고 남친에게 이 날짜들이 괜찮은지 다시 확인했는데, 그 사이에 화요일은 이미 약속이 잡혔고 토요일도 안 될 것 같다고 하더군요.
아쉬운 마음에 "그나마 금, 토요일이 가능한데..." 하며 답했더니, 그제야 토요일은 될 수도 있겠다면서도 "입대 전에 부모님과도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점은 저도 당연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아직 부모님과 대화를 안 해봐서 일정을 모르겠다길래 "그럼 부모님께 여쭤보고 언제까지 알려줘"라고 했고, 남친도 알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 물어보니 깜빡하고 못 물어봤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럼 오늘 꼭 물어봐 줘"라고 신신당부했는데, 그날도 까먹었다고 했습니다.
솔직히 입대를 앞둔 시점에서 너무 황당했습니다. 제가 먼저 보자고 떼쓴 것도 아니고 본인이 먼저 제안한 만남이었잖아요. 저는 억지로 스케줄을 비우느라 온갖 용을 썼는데, 정작 본인은 혼자 태평하게 구니 무척 서운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진짜 마음 상했던 결정적인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남친이 화요일에 갑자기 약속이 생겼다고 했었지요. 저는 월요일 저녁부터 제 일정을 관리하면서, 혹시라도 만나게 되면 탈 차편을 알아보고, 남친이 입대 전이라 무리하면 안 되니 동선도 고민했습니다. 게다가 입대 후에 필요할 각개전투용 보호대나 군대 꿀팁 같은 것들을 알아보느라 새벽 4시가 넘어서야 겨우 잠들었습니다.
그 바람에 화요일 오후 12시에 일어났는데, 눈뜨자마자 와 있는 남친의 연락에 밝게 답장해 주고 점심 맛있게 먹으라며 인사도 건넸습니다. 그때 남친은 제게 "오랜만에 만난 '친구'랑 점심 먹는다"고 했고, 저 역시 '입대 전이라 오랜만에 동창을 만났구나' 하며 좋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밥을 다 먹고 20분이 지나서야 남친이 "여자애랑 먹었어"라고 뒤늦게 밝히더군요. 학창 시절부터 서로 이성으로 전혀 안 보던 사이라 괜찮다고 했습니다.
이 상황조차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와는 약속 조율조차 제대로 못 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친이 아닌 다른 여사친과 단둘이 만나 밥을 먹었다는 사실이 너무 화가 났습니다. 게다가 밥을 먹으면서 그 여사친이 "고등학교 때 서로 호감이 없었어서 지금 더 편하게 느껴진다"는 소리를 했다며, 그걸 제게 당당하게 전해주는 남친의 모습을 보고 말문이 막혔습니다.
여태껏 제가 양보하고 맞춰준 부분이 정말 많았습니다.
남친의 입대 전 마지막 모습을 위해 저는 밤새워 가며 이것저것 고민하고 배려했는데, 정작 남친은 제 정성을 가볍게 여기고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여주었습니다. 너무 속상한 마음에 입대 전에 만나기로 한 약속을 취소했습니다. 그리고 깊이 고민해 본 끝에, 차라리 입대 전에 관계를 정리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온전히 제 편이어야 할 연애에서 저 자신을 더 편안하게 만들어주고 싶어 결국 헤어지자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지금은 전남친이 된 상태입니다.
여러분들이 보시기에는 제가 너무 어리고 예민해 보이나요?
정답이 무엇인지 몰라 일단 마음이 가는 대로 저질렀는데, 제가 후회해야 하는 입장인지 객관적인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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