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
남편이 칠순을 김장과 같은 선에 놨다
오늘 오후 일이다. 손이 계속 떨려서 정신없이 쓴다.
친정엄마가 다음 주 칠순이다. 언니, 남동생이랑 단톡으로 식당 예약하고 선물 얘기 하다가 남편한테 날짜 알려줬어. 그랬더니 달력을 봐더니 이러더라고.
그 주 토요일이 우리 엄마 김장날이면 일요일에 하면 되지 않냐고
일요일은 김장 정리가 있어야지
친정엄마 칠순과 엄마 김장이 같은 취급인가?
당신 엄마는 매년 생신 있고, 우리 엄마도 매년 김장하는데 똑같잖냐고
진짜 입이 안 떨어졌어. 칠순이랑 반찬 만드는 일을 한 턱에 비교하는 내 남편이라는 생각에.
작년도 떠올렸어. 시어머니 생신 때 난 반차 쓰고 미역국, 잡채, 갈비찜까지 해가지고 갔어. 내 엄마 생신 때는 남편이 회사 일 있다고 혼자 다녀왔는데 나중에 들으니 그날 친구들이랑 낚시 갔더라고.
명절마다 시댁은 전날 가서 자고 친정은 저녁에 얼굴만 비추고 와. 남편이 피곤하다고 일찍 일어나자고 해서.
그래서 난 다 꺼냈어. 그랬더니 또 뭔 소리야.
지난 일을 왜 계속 들먹이냐고
계산한 적 없다고, 당신이 맨날 시댁을 챙기니까 이런 거지
우리 엄마는 혼자잖아, 아빠가 안 계신데 누가 챙겨
우리 아빠도 작년에 돌아가셨잖아
그 말 듣고 남편은 아무 말도 못 하더라. 장인어른 돌아가신 지 1년 된 거 잊고 있었나 봐.
근데 그 침묵이 길지도 않았어. 바로 그럼 김장 다 끝나고 저녁에 들어가자고 하더라고. 저녁에 들어가? 칠순에 저녁에 들어가? 고무장갑 낀 손으로 김치 냄새 풍기면서 사위가 슬쩍 들어가는 칠순이라니. 그건 안 가는 게 낫다고 했더니 그럼 어쩌라고 소리를 지르더라고.
시어머니는 이 얘기 모르셔. 알면 김장은 내가 할 테니 사돈네 생신을 챙기라고 하실 거야. 문제는 시어머니가 아니라 남편이야. 자기 엄마 서운할까봐 미리 겁먹고 나한테 다 떠넘기는 거지.
언니한테 전화했더니 뭐라고 할까. 니 남편 원래 그럼, 너 혼자 가라더라. 그 말이 제일 상했어. 우리 가족이 이미 남편한테 기대를 놨다는 뜻이니까.
지금 남편은 거실에서 티비 보고 난 안방에서 이걸 쓴다. 칠순 생일날 촛불 켤 때 내 옆이 비어있을 생각하니 목이 메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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