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
남편 눈엔 하나도 안 보이던 살림... 18년이라고
남편이 또 그 소리를 했다. "집에서 뭐하냐"고. 이번엔 달랐다. 종이에 하루를 다 적어봤다.
새벽 5시 20분부터 시작된다. 애들 도시락 두 개 싼다. 큰애는 고등학생이라 야자 있는 날엔 세 개. 남편 작업복도 어제 밤에 빨아서 건조기에 돌려놓은 거 개서 의자에 걸어둔다.
6시 40분에 타이어 공장 출근한다. 손목이 남아나질 않는다. 점심엔 학교 단톡 확인하고 학원비 이체한다.
오후 4시 퇴근해서 마트 들른다. 남편이 고기 없으면 밥도 안 먹으니까 고기는 항상 사야 된다. 5시 반에 집 오면 아침부터 담은 설거지가 그대로다. 남편은 한 시간 먼저 퇴근한다고 그게 내 책임이라고 본다. 저녁 하고 빨래 돌리고 작은애 숙제 봐준다.
8시에 들어온 남편은 밥만 먹고 소파로 간다. 그 사이 내일 반찬 준비하고 화장실 청소한다. 10시 반에 학원 데려오러 간다. (남편은 허리 아프다고 안 간다) 11시 반에 겨우 누우면 양말 어디 있냐고 묻는다.
주말도 이사람이다. 고작 밀린 이불 빨고 냉장고 정리하고 아이들 운동화 빨기다. 손목이 너무 아파서 한의원 간 그날도 저녁은 내가 했고 국이 짜다고 했다. 쉰다는 게 따로 없었다.
종이에 다 적어서 보여줬더니 한참 보다가 "그래도 넌 앉아서 하는 일도 많지 않냐"고 했다. 차 안에서 아이 기다리는 20분이 전부였다.
아이들은 봤다. 큰애는 아무 말 없이 한참 서 있다가 방으로 들어갔다. 작은애는 다음날 처음으로 자기 도시락을 직접 씻었다. 그걸 보고 출근길 버스에서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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