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
효자라더니 효도는 내가? 남편 대신 한 7년의 기록
시댁 다녀온 후로 계속 마음이 안 좋아서 지난 7년간의 일들을 정리해봤다. 남편은 정말 효자다. 모두가 인정한다. 그런데 그 효도를 자기가 직접 하지 않고 내가 한다는 게 문제다.
얼마 전 시어머니 냉장고가 고장 났다고 했다. 남편이 새로 사주자고 해서 좋다고 했다. 효도하는 건 좋으니까. 근데 매장에 가서 고르고, 배송일정을 정하고, 설치 날에 시댁 가서 기사를 기다리는 것까지 다 내 몫이었다. 본인은 그날 회사 워크숍이 있다더라.
시어머니 무릎 수술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애 업고 병원에서 나흘을 잤는데 남편은 퇴근하고 30분 정도만 들렀다 간 거다.
신혼 초에 시어머니 생신상도 내가 차렸다. 남편 말로는 어머니가 며느리가 직접 차려준 밥상을 받고 싶대서. 내가 다 준비했고 남편은 케이크 하나만 사 왔다.
핸드폰 바꿀 때도 대리점 가서 요금제 설명하고 앱 깔아주고 사진까지 옮겨주는 게 전부 내가 했다. 남편은 그날 친구 결혼식이 있다고 안 갔다.
건강검진 예약을 내가 하고 결과를 받아서 설명하는 것도 내가 한다. 남편한테 물어보면 '어떻대?'라는 한마디가 전부다.
매주 일요일 밤마다 어머니한테 전화한다. 어머니는 남편 목소리로 통화하면 할 말이 없대서. 7년을 거의 빠진 일 없이 해줬는데 남편이 직접 전화한 건 명절이랑 생일뿐이다.
매년 김장철이 오면 연차를 쓴다. 남편은 첫날 배추나르고 저녁에 수육이나 먹고 나간다.
지난 어버이날엔 내가 백화점을 여러 곳 다니며 스카프를 골라 샀다. 나중에 시누이한테 들었는데 어머니가 동네분들한테 아들이 사줬다고 자랑을 했대. 그때도 그냥 웃고 넘겼다.
이번주에 냉장고 설치를 위해 시댁에 갔다. 시어머니가 기사를 기다리면서 나한테 말씀하셨다. '우리 아들은 어쩜 이렇게 효자니, 냉장고도 척척 사주고'. 그 순간 뭔가 터져 나왔다. 효자라는 칭찬은 남편이 듣고 있고 실제 일은 내가 한 거였다.
집 와서 남편한테 말했다. 돌아온 답은 정해져 있었다. '당신이 잘하니까 엄마가 행복해하잖아 고마워'. 단 이 말 한마디로 7년이 싹 정리된다.
나도 어머니를 싫어하지 않는다. 정말 좋은 분이다. 근데 나는 며느리지 남편 대신 일해주는 도구가 아니다.
다음주부턴 일요일 전화는 안 할 생각이다. 남편이 어머니가 서운해한다고 하면 당신이 하면 된다고 말해야겠다. 이 말 하나를 하려고 7년이 필요했다.
지금 남편은 거실에서 야구를 보고 있다. 나는 혼자 안방에 앉아서 이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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