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하영 선배를 곁에서 봤던 사람입니다
여러분, 그리고 배우 하영 선배님에게.
기사를 보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이 글을 올립니다.
저는 하영이가 신입 시절 매니저로 함께 지냈던 사람입니다.
이 글이 또 다른 싸움을 부를까 걱정됩니다.
그래도 쓰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제 눈으로 본 그 사람이 완전히 다른 누군가로 기억되는 게 너무 싫어서입니다.
내가 아는 하영이는 까칠하면서도 정직했습니다.
타인과 관계 맺을 때 계산이 없었고, 의심하기보단 먼저 믿는 사람이었습니다.
세상을 너무 무조건 믿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어요.
제가 농담을 쳐도 진지하게 받아주고, 사소한 말도 귀 기울여 들었습니다.
말을 의심하기보다 그대로 받아들이는, 좀 순진한 면도 있었습니다.
그 순수함이 최고의 장점이면서 동시에 약점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번 일을 보니 의문이 생겼습니다.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정말 그 말의 무게와 파장을 알고도 했을까요?
생각해보기 어렵습니다.
만약 진짜 몰랐다면 그건 알고도 외면한 것과는 다른 문제 아닌가요?
물론 역사의 상처를 가볍게 봐달라는 건 아닙니다.
틀린 역사는 명확히 기억돼야 하고, 우리가 놓쳐선 안 될 아픔도 있습니다.
근데 역사를 기억하는 것과
그걸 모를 수도 있었던 한 사람한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는 건 별개 문제라고 봐요.
게다가 누구도 자기 조상을 선택하고 태어나지 않습니다.
조상이 했던 잘못은 조상의 책임입니다.
그 잘못을 대물림받은 거라고 해서 한 개인의 전부까지 판단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내가 아는 하영이라면 그 사실을 알았으면 절대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거야요.
왜냐하면 제가 본 선배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거든요.
저는 신입 때 장거리 운전을 자주 했습니다.
촬영지가 먼 날이면 선배가 계속 피곤하지 않냐고 물었어요.
운전 중 잠깐 눈 붙이라고도 했고요.
그리고 제일 감사한 순간은
복귀길에 선배가 운전대를 자주
맡아주셨던 거예요.
저는 그때 신입 직원일 뿐이었어요.
선배가 저를 잘 봐야 할 이유도 없었고,
그렇게까지 챙겨줄 이유도 없었어요.
그런데도 피곤해하는 저를 걱정했어요.
직원으로만 대하지 않고
막내처럼 챙겨주셨습니다.
제가 일을 그만두겠다고 할 때도
따뜻한 말로 조언해 주셨어요.
그땐 그냥 감사함으로 넘어갔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런 작은 순간들이야말로 그 사람을 제일 잘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어요.
누구나 많은 사람 앞에선 좋게 보이려고 하죠.
근데 아무도 안 볼 때 건네는 배려,
자신에게 이익이 안 되는 사람한테 펼치는 친절,
그런 것들에야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드러나지 않을까요?
내가 본 하영이는 그런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이 글에서 선배를 무조건 옳다고 하고 싶진 않습니다.
제가 모르는 것까지 안다고 할 수도 없고요.
다만 제가 직접 겪은 그 시간까지 거짓이 되길 원하지 않아요.
누군가를 볼 땐 말 하나보다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함께 봐주면 좋겠습니다.
한 기사, 몇 마디 말로 한 평생을 지우지는 말아주세요.
특히 관계없는 사람들의 추측과 억지,
확인 안 된 이야기로 또 다른 누군가를 몰아세우는 건 제발 그만해주세요.
화풀어야 할 대상과
책임져야 할 사람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저는 선배를 오래 지켜본 사람도 아니고
지금 상황을 다 아는 사람도 아닙니다.
근데 제가 함께했던 그 시간만큼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어요.
남을 믿어주던 사람.
자신한테 아무것도 안 되는 사람도 걱정했던 사람.
작은 청도 진중하게 들어주던 사람.
누군가에게 따뜻함을 줄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부탁합니다.
이번 일에 대해 각자 생각을 가지는 건 당연해요.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사실로 이야기하면 되고요.
근데 확인 안 된 부분까지 추측으로 채우진 말아주세요.
한 사람의 조상을 그 사람과 같은 것처럼 보지 말아주세요.
한 사람의 실수나 무지를 그 사람의 본질처럼 단정하지 말아주세요.
누구나 모르던 것들이 있고
나중에 깨닫는 순간도 있어요.
그 과정을 봐줄 수 있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배려 아닐까요?
하영이 선배.
그때 받은 따뜻함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선배가 무심코 베풀었던 그 작은 배려가
저한테는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그래서 지금도 기억하는 선배를 믿고 싶어요.
이번 일 하나로
지금까지 보여주셨던 선한 마음이 다 거짓이 되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은 한 순간만으로 설명할 수 없거든요.
부디 조금 더 차분하게 봐 주시길 바랍니다.
분노 전에 사실을,
추측 전에 사람을,
판단 전에 그 사람의 진심을 한 번만 생각해 주세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지만
직접 받은 배려는 잊지 않고 전하고 싶었어요.
제가 알던 하영이를 기억하겠습니다.
누군가한땐 지난 시절이겠지만
제겐 힘들 때 따뜻했던 선배로 남아있어요.
그 기억은 어떤 말로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번 일이 선배를 바라보는 시선을 완전히 뒤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모두가
누군가를 미워하기 전에 그 사람의 인생 전체를 한 번만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선배가 이 시간을 잘 견디길 바랍니다.
따뜻했던 그 마음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라도
알아주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응원합니다.
그리고 옛날 매니저로서
선배님의 평온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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