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호흡연구소관리자
공포

못살던 반지하에서 겪었던 그것

Qqwe· 2026.08.14 15:01· 조회 297
IMF가 터진 뒤 집안이 완전히 말아먹던 시절. 할머니 집 신세 지다가 겨우 구한 게 계단 내려가는 반지하였다. 구조는 한심했다. 현관서 좌우로 방 둘, 부엌은 1미터 남짓. 거실 같은 건 꿈도 못 꿨다. 오른쪽 방을 거실로 써서 건조대도 그쪽에 뒀고, 왼쪽은 조금 작아서 책상만 들어갔다. 부엌 안쪽으로 들어가면 창도 없고 천장 낮은 동굴 같은 창고 공간이 있었는데, 벌레가 우글거렸다. 화장실도 이중 출입이 가능해서 관리가 엉망이었다. 어릴 땐 그 집이 좋기만 했다. 할머니 집에서의 눈치밥 신생활이 끝났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니 소름 끼치는 건 남동생이 당한 일이다. 학원 다니던 동생이 도복 입으려고 건조대 옆 방에 섰는데, 거울처럼 반사되는 TV 화면에 뭔가 보였다고 한다. 분명 자기 옆에 서 있는 형태인데 얼굴은 검은색 액정 그대로. 초딩 정도 크기인 팔다리만 보였다는 그것. 본능이 울렸다고 한다. 이건 사람이 아니구나 싶는 순간. 겁 먹고 신발도 제대로 못 신은 채 비명 질렀다. 태권도 학원까지 갔으니 얼마나 공포심에 사로잡혔는지 알 수 있다. 그 뒤론 꺼진 TV 화면을 직시하지 않으려고 했다나. 이제 그 집에서 20년이 다 됐다. 기억도 희미해졌지만 당시엔 형편이 형편이라 그리 공포를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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